스마트공장·제조AI

OEE 숫자를 믿을 수 있는가 - 부하시간 정의가 바꾸는 것

현장랩 2026. 8. 25. 10:04

"우리 설비 가동률은 90% 넘습니다."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회사에서 월말 생산 실적은 목표에 못 미칩니다. 설비는 거의 쉬지 않았다는데 물건은 계획대로 안 나옵니다.

이 간극을 설명하는 지표가 OEE입니다. 그리고 OEE는 가동률과 다른 개념입니다.

다만 이 글의 목적은 OEE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건 검색하면 나옵니다. 이 글에서 말씀드리려는 것은 계산된 OEE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입니다.

1. 가동률과 OEE는 무엇이 다른가

가동률은 시간만 봅니다. 설비가 멈추지 않았으면 높게 나옵니다.

그런데 설비가 돌고 있어도 손실은 발생합니다. 원래 30초에 하나 나와야 하는데 35초 걸리고 있을 수 있고, 나온 제품 중 일부는 불량일 수 있습니다. 가동률은 이 두 가지를 잡지 못합니다.

OEE는 세 가지를 곱합니다.

OEE = 시간가동률 × 성능가동률 × 양품률

구성 요소 무엇을 보는가 놓치면 생기는 일
시간가동률 설비가 멈춘 시간 고장·교체 시간이 안 보인다
성능가동률 설비가 느려진 정도 미세정지·속도저하가 안 보인다
양품률 불량으로 버려진 시간 재작업 부담이 안 보인다

중요한 건 곱셈이라는 점입니다. 세 개가 각각 90%라도 곱하면 72.9%입니다. 하나만 무너져도 전체가 크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 90% 넘는다"는 말과 "OEE가 70%대다"는 말이 동시에 성립합니다.

2. 실제로 계산해보면

1일 8시간(480분) 근무하는 설비를 가정하겠습니다.

  • 점심·조회 등 계획된 정지: 60분 → 부하시간 420분
  • 고장 30분 + 금형 교체 30분 → 가동시간 360분
  • 이론 사이클타임 30초, 실제 생산량 600개
  • 불량 24개 → 양품 576개

계산하면 이렇게 됩니다.

지표 계산 결과
시간가동률 360 ÷ 420 85.7%
성능가동률 (600개 × 0.5분) ÷ 360 83.3%
양품률 576 ÷ 600 96.0%
OEE 0.857 × 0.833 × 0.960 68.5%

480분 중 실제로 가치를 만든 시간은 288분

설비는 85.7%의 시간을 돌았는데, 실제로 가치를 만든 시간은 부하시간의 68.5%입니다. 약 17%p가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사라졌습니다. 대부분 속도 저하와 미세정지입니다.

이것이 "설비는 잘 돌았는데 물건이 안 나온다"의 정체입니다.

3. 여기서부터가 진짜 이야기입니다

위 계산에서 부하시간을 420분으로 잡았습니다. 480분에서 계획 정지 60분을 뺀 값입니다.

그런데 이 60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회사가 정하는 것입니다. 국제 표준이 강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 하나로 숫자가 이렇게 달라집니다.

부하시간을 어떻게 잡는가 시간가동률 OEE
480분 (계획 정지도 포함) 75.0% 60.0%
420분 (계획 정지 제외) — 위 예시 85.7% 68.5%
390분 (고장 30분을 '계획 정비'로 분류) 92.3% 73.8%

정의 하나로 14%p가 움직인다

같은 날, 같은 설비, 같은 생산량입니다. 그런데 OEE는 60%에서 74%까지 나옵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다른 회사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세계 수준은 85%"라는 벤치마크가 자주 인용됩니다. 그런데 그 85%가 어떤 부하시간 정의 위에서 계산된 값인지는 대개 명시되지 않습니다. 정의가 다르면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업종 차이도 큽니다. 24시간 연속 가동하는 장치산업과 다품종 소량으로 금형을 자주 바꾸는 공장은 애초에 같은 잣대로 볼 수 없습니다. 교체가 잦은 공장에서 85%를 목표로 잡으면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매달 실패하게 됩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시점 비교가 깨집니다

더 실무적인 문제는 이쪽입니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분류 기준이 슬쩍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OEE가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개선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현장은 지표를 믿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믿지 않는 지표는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4.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OEE 정의서를 문서로 만드십시오

A4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다음 항목만 명시하면 됩니다.

  • 부하시간에 무엇을 포함하는가 — 점심, 조회, 청소, 계획 정비 각각을 포함할지 제외할지
  • 정지 시간을 어떻게 분류하는가 — 몇 분 이상 멈추면 '고장'으로 기록하는지. 이 기준이 없으면 미세정지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 이론 사이클타임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 설비 사양서인지, 실측 최고치인지, 표준작업 기준인지
  • 불량에 재작업품을 포함하는가 — 고쳐서 출하한 제품을 양품으로 볼 것인지
  • 대상 범위 — 설비 단위인지 라인 단위인지

이 문서가 없으면 OEE는 측정할 때마다 달라지는 숫자가 됩니다.

목표는 벤치마크가 아니라 자기 기록으로 잡으십시오

85%는 참고 수치일 뿐입니다. 의미 있는 목표는 우리 공장의 지난 3개월 평균 대비 몇 %p입니다. 정의가 고정되어 있다면 이 비교는 정확합니다.

OEE 하나만 보지 말고 세 요소를 따로 보십시오

OEE가 68%라는 사실만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세 요소 중 어디가 낮은지를 봐야 조치가 나옵니다.

낮은 요소 봐야 할 곳
시간가동률 고장, 금형·치공구 교체 시간, 자재 대기
성능가동률 미세정지, 속도 저하, 숙련도 편차
양품률 초기 불량, 공정 조건 변동, 재작업

제가 현장에서 본 바로는 성능가동률이 가장 많이 방치됩니다. 설비가 멈추면 누구나 알아차리지만, 조용히 느려지는 것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손실은 대개 데이터로만 잡힙니다.

정리

OEE는 좋은 지표입니다. 다만 정의가 고정되어 있을 때만 그렇습니다.

측정을 시작하기 전에 정의서부터 만드십시오. 그리고 그 정의를 최소 1년은 바꾸지 마십시오. 정의를 바꾸는 순간 그 이전 데이터는 비교 불가능한 숫자가 됩니다.

숫자가 낮게 나오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숫자가 무엇을 세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단계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반드시 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을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