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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현장에서 자동화하면 안 되는 업무 4가지

현장랩 2026. 9. 1. 09:08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까"를 다룬 글은 이미 충분히 많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반복성이 높고, 규칙이 명확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오류가 잦은 업무를 먼저 하라는 것입니다.

맞는 기준입니다. 그런데 제조 현장에서는 이 기준을 전부 통과한 업무를 자동화했는데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고, 규칙도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업무였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쓰지 않게 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기준이 틀린 것이 아니라 기준이 하나 부족한 것입니다.

이 글은 그 부족한 기준, 즉 자동화하지 말아야 할 조건을 다룹니다.

후보 선정 기준과 실패 조건은 다르다

흔히 쓰이는 기준은 "이 업무가 자동화할 만한가"를 봅니다. 후보를 고르는 기준입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다릅니다. 후보로 뽑힌 뒤에도 실패하게 만드는 조건입니다. 두 가지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 규칙이 안정적인가 — 자동화할 대상이 고정되어 있는가
  •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가 — 틀렸을 때 알아챌 수 있는가

이 둘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반복성이 아무리 높아도 자동화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자동화 후보 선정 기준과 실패 조건의 차이를 나타낸 두 개의 축
후보를 고르는 기준과, 그 후보가 실패하는 조건은 층이 다르다

1. 예외가 규칙보다 많은 업무

어떤 모습인가

규칙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렇게 들어오면 이렇게 처리한다." 그런데 실제로 처리되는 건들을 세어보면 규칙대로 흘러가는 것보다 예외가 더 많습니다.

거래처마다 요구 양식이 다르고, 특정 품목만 다르게 처리하고, 급한 건은 절차를 건너뜁니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그건 원래 그렇게 해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왜 위험한가

자동화는 규칙을 코드로 굳히는 작업입니다. 예외가 규칙보다 많으면 코드로 굳힐 대상이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이때 대개 두 가지 중 하나가 벌어집니다. 예외를 전부 조건문으로 넣으려다 아무도 이해 못 하는 구조가 되거나, 예외를 빼고 만들었다가 실제 업무의 절반만 처리하는 도구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오래 쓰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판단하는가

  • 2주만 세어보십시오. 규칙대로 처리한 건과 예외로 처리한 건을 정(正) 자로 표시하면 됩니다
  • 예외 비율이 20%를 넘으면 자동화 대상이 아니라 표준화 대상으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경험적인 기준이고 업무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 다만 예외 1건을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이 길다면 그 비율은 더 낮아야 합니다. 예외가 10%라도 한 건당 30분씩 걸린다면, 자동화로 아끼는 시간보다 예외 처리에 쓰는 시간이 커집니다
  • 즉 봐야 할 것은 비율 하나가 아니라 예외 비율 × 예외 1건당 처리시간입니다
  • 표준화가 먼저입니다. 예외를 줄이고 나서 자동화하면 같은 노력으로 훨씬 오래 갑니다

2. 규칙이 자주 바뀌는 업무

어떤 모습인가

지금은 규칙이 명확합니다. 예외도 적습니다. 그런데 그 규칙이 분기마다, 거래처가 바뀔 때마다, 고객사 요구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제조업에서 흔한 예가 고객사가 요구하는 양식입니다. 검사성적서, 납품 서류, 라벨 형식은 고객사 사정에 따라 바뀝니다. 우리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규칙입니다.

왜 위험한가

규칙이 바뀔 때마다 자동화도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고치는 사람이 상시로 붙어 있는 회사는 드뭅니다.

한두 번은 고칩니다. 세 번째쯤 되면 "일단 이번 건만 수동으로 하자"가 되고, 그 상태가 굳어집니다. 자동화는 남아 있는데 아무도 쓰지 않는 상태가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어떻게 판단하는가

  • 지난 1년간 이 업무의 규칙이 몇 번 바뀌었는지 세어봅니다
  • 분기마다 바뀌었다면, 자동화의 수명은 3개월입니다. 3개월마다 고칠 사람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 바뀌는 부분과 안 바뀌는 부분을 분리할 수 있으면 안 바뀌는 쪽만 자동화합니다. 전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 규칙을 우리가 정하는지, 남이 정하는지 구분하십시오. 남이 정하는 규칙은 예고 없이 바뀝니다

3. 오류가 나중에야 드러나는 업무

여기서부터는 제조 현장에서 특히 위험한 두 가지입니다.

어떤 모습인가

자동화가 결과를 냅니다. 그 결과가 맞는지 그 자리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월말 마감 때, 재고 실사 때, 고객사 클레임이 들어왔을 때 비로소 틀렸다는 것을 압니다.

자재 소요량 산출, 원가 배부, 실적 집계 같은 업무가 여기 해당합니다.

왜 위험한가

사람이 하면 이상한 숫자에서 손이 멈춥니다. "이게 왜 이렇게 많지?" 하고 다시 봅니다. 자동화는 멈추지 않습니다. 틀린 값을 같은 속도로 계속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오류가 드러나는 시점이 늦을수록 거슬러 올라가 고쳐야 할 데이터의 양이 늘어납니다. 한 달 뒤에 발견하면 한 달치를 다시 봐야 합니다. 자동화로 아낀 시간보다 훨씬 큰 비용이 한 번에 발생합니다.

어떻게 판단하는가

  • 이상값 알림을 함께 만들지 않으면 자동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십시오
  • 알림 조건은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평소 범위를 벗어나면 표시"만 있어도 대부분 잡힙니다
  • 초기 몇 주는 반자동으로 운영합니다. 자동으로 만들고 사람이 확인한 뒤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 사람 확인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라면, 검증 지점을 하나 만들고 시작하십시오

4. 원데이터의 정합성이 잡히지 않은 업무

어떤 모습인가

같은 부품을 부서마다 다르게 부릅니다. BOM이 실제 생산과 다릅니다. 시스템 재고와 실사 재고가 안 맞습니다. 담당자들은 이미 알고 있고, 각자 머릿속에서 보정해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자동화를 얹으면, 자동화는 보정 없이 그대로 계산합니다.

왜 위험한가

이건 자동화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화가 문제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원래 있던 오류가 사람의 보정에 가려져 있다가, 자동화되면서 결과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대개 이렇게 결론이 납니다. "자동화하니까 숫자가 더 이상해졌다." 그러면 자동화를 걷어내고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문제는 그대로 남고 도구만 없어집니다.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자동화가 없었어도 그 데이터는 틀려 있었습니다.

어떻게 판단하는가

  • 자동화 전에 같은 값을 두 경로로 뽑아 비교해보십시오. 차이가 크면 정합성 문제입니다
  • 품목코드, BOM, 공정코드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그것이 먼저입니다. 예산 없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 정합성이 안 잡힌 상태에서 자동화를 강행하면, 자동화가 실패한 것처럼 보이면서 원인은 계속 방치됩니다

네 가지를 한 장으로

앞서 말한 두 축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규칙 안정성과 검증 가능성 두 축으로 정리한 자동화 실패 조건 네 가지
하나라도 무너지면 반복성이 높아도 오래가지 못한다

조건 먼저 할 일
예외가 규칙보다 많다 표준화 — 예외를 줄인 뒤 자동화
규칙이 자주 바뀐다 바뀌는 부분과 고정된 부분을 분리
오류가 나중에 드러난다 이상값 알림을 함께 설계, 초기엔 반자동
원데이터가 안 맞는다 코드 체계·BOM 정비가 먼저

네 가지 모두 "하지 마라"가 아니라 "순서를 바꿔라"입니다. 자동화 자체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 앞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하는가

네 가지 중 하나를 먼저 꼽으라면 4번, 원데이터 정합성입니다.

1번과 2번은 자동화의 수명을 짧게 만들지만, 4번은 자동화의 결과 자체를 틀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앞의 세 가지와 달리 자동화를 하지 않아도 이미 손해를 보고 있는 항목입니다.

정합성 정비는 솔루션이 필요 없습니다. 코드 체계를 정하고, BOM을 실제와 맞추고, 부서 간 용어를 통일하는 일입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예산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을 해두면 나중에 무엇을 도입하든 기반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와 이어지는 현실적인 질문을 다루겠습니다. 엑셀로 버틸 수 있는 한계선은 어디이고, 넘어갈 시점은 어떻게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