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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 파일이 엉키는 이유 - 파일명과 버전 규칙

현장랩 2026. 9. 13. 09:11

공유 폴더를 열면 이런 파일들이 있습니다.

브라켓_최종.dwg, 브라켓_최종_수정.dwg, 브라켓_최종_진짜최종.dwg, 브라켓_수정본(김대리).dwg

어느 것이 현재 유효한 도면인지 파일명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누군가 잘못된 도면으로 가공을 시작하면, 그때는 파일 정리 문제가 아니라 불량과 납기 문제가 됩니다.

도면 관리 시스템(PDM)을 도입하면 해결되지만, 그건 예산과 시간이 드는 일입니다. 이 글은 시스템 없이 규칙만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다룹니다.

왜 엉키는가

담당자가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도면 파일이 엉키는 네 가지 구조적 이유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규칙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다

1. 수정본을 만들 때 원본을 남겨야 한다

도면은 되돌아갈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덮어쓰지 않고 복사본을 만듭니다. 안전한 습관이지만, 규칙이 없으면 복사본이 무한히 늘어납니다.

2.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 여러 명이다

설계, 생산기술, 구매, 품질이 각자 필요에 따라 파일을 받아 저장합니다. 각자 자기 방식으로 이름을 붙입니다. 같은 도면이 부서마다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3. 외부에서 받은 파일이 섞인다

고객사나 협력사에서 받은 도면은 그쪽 명명 규칙을 따릅니다. 그걸 그대로 저장하면 사내 규칙과 섞입니다.

4. "최종"이라는 단어가 상태를 표현하지 못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최종"은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말인데 파일명에는 시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최종 뒤에 또 최종이 붙습니다.

규칙 하나만 정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여러 규칙을 한꺼번에 만들면 아무도 지키지 않습니다. 하나만 정하세요.

파일명에 "최종", "수정", "진짜"를 쓰지 않는다. 대신 번호를 붙인다.

이 규칙 하나로 위의 1번과 4번이 사라집니다.

기본 형태

[도번]_[품명]_[리비전].확장자

예: BR-1024_브라켓_R03.dwg

요소 규칙 이유
도번 사내 도면번호. 없으면 만든다 이름이 바뀌어도 도번은 안 바뀐다
품명 사내 표준 명칭 하나로 통일 부서마다 다르게 부르는 것을 막는다
리비전 R00부터 시작해 수정할 때마다 +1 "최종"을 대체한다. 가장 큰 번호가 최신이다

핵심은 리비전 번호입니다. 번호는 시점과 무관하게 순서를 표현합니다. R03과 R04가 있으면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날짜를 쓸 때

날짜를 넣으실 거면 반드시 YYMMDD 또는 YYYYMMDD 형식으로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 BR-1024_브라켓_R03_260823.dwg: 이름순 정렬이 곧 시간순이 됩니다
  • BR-1024_브라켓_8월23일.dwg: 정렬하면 순서가 뒤죽박죽이 됩니다

파일 탐색기에서 이름순으로 정렬했을 때 시간순으로 서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사람 이름은 넣지 않습니다

(김대리) 같은 표기는 두 가지 문제를 만듭니다. 그 사람이 퇴사하면 의미가 사라지고, 파일의 책임 소재가 개인에게 붙어 다른 사람이 손대기를 꺼리게 됩니다.

누가 수정했는지가 필요하면 파일 속성이나 별도 이력표에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폴더 구조는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도면 폴더 구조와 파일명 규칙 예시
규칙은 하나만 만들고, 예외를 만들지 않는다

깊은 폴더 구조는 관리되지 않습니다. 3단계를 넘어가면 사람들이 찾다가 포기하고 자기 바탕화면에 저장합니다.

실무에서 무리 없이 유지되는 형태는 대개 이 정도입니다.

도면/
  ├ 진행/        ← 작업 중인 것
  ├ 승인/        ← 확정되어 현장에 나가는 것
  └ 보관/        ← 더 이상 쓰지 않는 것

핵심은 "승인" 폴더입니다. 현장이 보는 폴더를 하나로 고정하고, 그 안에는 유효한 도면 한 개만 둡니다. 이전 리비전은 보관으로 옮깁니다.

이렇게 하면 현장에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승인 폴더에 있는 것이 유효한 도면입니다.

운영에서 걸리는 지점

과거 파일을 다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규칙을 정하면 기존 파일 수천 개를 전부 개명해야 할 것 같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오늘부터 만드는 것만 규칙을 따르게 하면 됩니다.

기존 파일은 그대로 보관 폴더에 두고, 다시 쓸 일이 생겼을 때 그때 규칙에 맞춰 이름을 붙이면 됩니다. 전수 개명을 시도하다 지쳐서 규칙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 도면은 사내 이름으로 다시 붙입니다

고객사에서 받은 파일은 원본을 그대로 보관하되, 사내에서 쓸 사본에는 사내 규칙으로 이름을 붙입니다. 두 개가 존재하는 것이 맞습니다.

원본을 개명하면 나중에 고객사와 대조할 때 문제가 됩니다.

규칙은 한 장으로 붙여둡니다

규칙을 문서로 만들어 공유 폴더 최상단에 00_파일명규칙.txt로 두세요. 파일명이 00으로 시작하면 항상 맨 위에 뜹니다.

신규 입사자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고, 규칙이 흔들릴 때 근거가 됩니다.

이 규칙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파일명 규칙으로 해결되는 범위는 여기까지입니다. 도면뿐 아니라 생산일보 같은 엑셀 파일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기는데, 그때 시스템으로 넘어갈 시점은 엑셀로 버틸 수 있는 한계선에서 다뤘습니다.

문제 규칙으로 해결
어느 것이 최신인지 모른다 가능
같은 도면이 여러 이름으로 존재 가능
현장이 구버전으로 작업 승인 폴더 운영으로 상당 부분 가능
누가 언제 무엇을 바꿨는지 어렵다: 별도 이력 관리 필요
변경이 다른 도면에 미치는 영향 불가능: PDM 영역
승인 절차의 기록 불가능: 결재 시스템 영역

아래 세 가지가 반복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그때는 시스템을 검토할 시점입니다. 다만 시스템을 넣을 때도 명명 규칙은 먼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규칙 없이 시스템에 넣으면 혼란이 시스템 안으로 옮겨갈 뿐입니다.

정리

도면이 엉키는 것은 "최종"이라는 단어가 상태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번호로 바꾸면 그 문제가 사라집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입니다.

  1. 파일명에서 "최종·수정·진짜"를 없애고 리비전 번호로 바꾼다
  2. 현장이 보는 "승인" 폴더를 하나 만들고, 유효한 도면만 둔다
  3. 규칙을 한 장으로 적어 폴더 맨 위에 둔다

세 가지 모두 예산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도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이 규칙이 먼저 정리되어 있으면 도입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규칙을 정리했다면 그 폴더가 제대로 백업되고 있는지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백업이 돌고 있어도 복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백업은 돌고 있는데, 왜 복구는 안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