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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를 연결한다는 것 - 데이터를 가져오는 네 가지 방법

현장랩 2026. 9. 12. 09:06

"설비를 연결한다"는 말이 스마트공장 이야기에서 늘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연결한다는 것인지 설명하는 자료는 드뭅니다.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설비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알아내는 것입니다. 가동 중인지, 몇 개를 만들었는지, 언제 멈췄는지를요.

그리고 그 방법은 설비마다 다릅니다. 견적을 받아보면 어떤 설비는 몇십만 원이고 어떤 설비는 몇백만 원인데,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알아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연결 방식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설비 데이터를 가져오는 네 가지 방법과 각각의 특징
설비가 무엇을 내어줄 수 있느냐에 따라 방법이 정해진다

1. 제어기에서 직접 가져오기

설비를 제어하는 장치(PLC 등)에는 이미 필요한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지금 어떤 동작 중인지, 카운터가 몇인지, 알람이 떴는지.

여기에 통신으로 접근해 값을 읽어오는 방식입니다. 가장 정확하고 정보량도 많습니다.

가능한 조건

  • 제어기에 통신 포트가 있고, 외부에서 읽을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합니다
  • 어느 주소에 어떤 값이 들어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 설비 제조사가 정보를 공개하거나, 최소한 협조해야 합니다

걸리는 지점

설비 제조사가 통신 규격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지보수 계약 조건상 외부 접속을 막아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어 프로그램을 건드리면 보증이 무효가 되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2. 표준 통신 규격 사용하기

최근 설비에는 표준 통신 기능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OPC UA나 Modbus TCP 같은 산업용 표준 규격을 지원하면 설비 제조사가 달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1번과 비교하면 설비마다 따로 개발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새 설비를 추가할 때 훨씬 수월합니다.

가능한 조건

  • 설비가 해당 규격을 지원해야 합니다. 사양서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 옵션인 경우가 많습니다. 설비 구매 시점에 넣는 것이 나중에 붙이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신규 설비를 도입하실 계획이 있다면, 견적 단계에서 이 항목부터 확인하세요. 나중에 후회하는 대표적인 항목입니다.

3. 신호만 따로 뽑기

제어기 접근이 막혀 있거나 오래된 설비라면, 전기 신호만 가져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동 표시등이 켜지는 신호, 완료 신호, 알람 신호처럼 이미 나와 있는 접점을 별도 장치로 읽습니다. 또는 센서를 따로 달아 동작을 감지합니다.

장점

  • 설비 내부를 건드리지 않아 보증 문제가 없습니다
  • 설비 제조사의 협조 없이도 가능합니다
  • 오래된 설비에도 적용됩니다

한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입니다. "돌고 있다 / 멈췄다" 정도는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왜 멈췄는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방식으로 시작하는 경우, 정지 원인은 작업자가 별도로 입력하는 구조가 됩니다. 그 입력 부담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설치한 지 오래된 사출기를 연결할 때 이 방식을 썼습니다. 제어기에서 데이터를 직접 가져오는 것은 포기하고, 외부 센서를 붙여 생산 카운터만 수집하는 형태로 구축했습니다. 가져오는 정보는 적지만 설비를 건드리지 않고 수량을 자동으로 모을 수 있어서, 오래된 설비에는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4. 사람이 입력하기

연결이라고 부르기 어렵지만, 현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입니다(입력 단말 선택은 현장 입력 단말, 무엇으로 고를까? 참고). 그리고 무조건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이 방식이 맞는 경우

  • 설비가 매우 오래됐거나 신호를 뽑을 접점이 없는 경우
  • 수작업 공정이라 애초에 설비가 없는 경우
  • 연결 비용이 얻는 가치보다 큰 경우 (가동률이 낮은 보조 설비 등)

지켜야 할 것

입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작업 한 건당 터치 몇 번인지 세어보고, 그 숫자가 크면 설계를 다시 봐야 합니다. 그리고 입력한 사람이 결과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입력은 곧 부실해집니다.

어떻게 고르는가

선택은 대개 설비가 무엇을 내어줄 수 있느냐로 정해집니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을 고르는 게 아니라, 가능한 방식 중에서 고르는 것입니다.

설비 연결 방식을 정하는 판단 순서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능한 방식 중에서 고른다

확인 순서 결과
표준 통신 규격을 지원하는가 지원 → 2번
제어기 접근이 허용되는가 허용 → 1번
뽑을 수 있는 신호가 있는가 있음 → 3번
위 셋 다 아니면 4번 (입력 최소화 설계)

한 공장 안에서도 설비마다 다른 방식이 됩니다. 전부 같은 방식으로 통일하려 하면 비용이 급증합니다. 설비별로 다른 것이 정상입니다.

연결하기 전에 정해야 할 것

무엇을 가져올지 먼저 정합니다

연결 방식을 고르기 전에 어떤 값이 필요한지부터 적어야 합니다. 그런데 순서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연결해놓고 나중에 쓸 것을 찾습니다.

그러면 데이터는 쌓이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대개 아래 네 가지면 시작하기에 충분합니다.

  • 가동·비가동 상태
  • 생산 수량
  • 정지 시각과 지속 시간
  • 알람·이상 발생

욕심내서 온도, 압력, 전류까지 전부 가져오면 데이터량은 커지는데 볼 사람은 없습니다. 필요해지면 그때 추가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집 주기를 정합니다

1초마다 가져올지, 1분마다 가져올지에 따라 비용과 데이터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가동률 관리가 목적이라면 분 단위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초 단위가 필요한 것은 설비 이상 진단처럼 특정 목적이 있을 때입니다.

"일단 촘촘하게 받아두자"는 판단이 저장 비용과 처리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끊겼을 때를 정합니다

수집 장치와 서버 사이 통신은 언젠가 끊깁니다. 그때 데이터를 어떻게 할지 정해두지 않으면 그 시간대 기록이 통째로 비어버립니다.

  • 수집 장치에 임시 저장했다가 복구되면 전송하는 구조인지 확인합니다
  • 몇 분치까지 보관되는지도 봅니다
  • 빈 구간이 생겼을 때 어떻게 표시되는지도 미리 정해 두세요. 0으로 표시되면 가동률 계산이 왜곡됩니다(OEE 숫자를 믿을 수 있는가 참고)

비용이 갈리는 지점

같은 "설비 연결"인데 견적 차이가 큰 이유는 대개 여기서 나옵니다.

항목 비용에 미치는 영향
설비 제조사 협조 여부 협조가 안 되면 분석에 시간이 크게 든다
설비 종류의 다양성 같은 기종이 여러 대면 한 번 작업으로 확장된다
가져올 항목 수 항목이 늘수록 설정과 검증이 늘어난다
배선 환경 전원·통신선을 새로 끌어야 하면 공사비가 붙는다
노후 설비 비율 오래될수록 개별 대응이 필요하다

같은 기종이 여러 대인 공장은 유리합니다. 한 대에서 검증하면 나머지는 복제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설비가 전부 제각각이면 대수만큼 개별 작업이 됩니다.

견적을 비교하실 때 총액만 보지 마시고, 설비 몇 종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는지를 항목별로 받아보세요. 그래야 비교가 됩니다.

정리

설비 연결은 기술 선택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설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무엇을 얼마나 자주 가져올지 정하는 일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1. 필요한 값 네 가지 정도를 먼저 적는다
  2. 설비별로 가능한 연결 방식을 확인한다
  3. 수집 주기와 끊김 대응을 정한다
  4. 그다음에 견적을 받는다

이 순서를 지키면 견적서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하면 무엇을 사는지 모른 채 총액만 비교하게 됩니다.

수집 장치와 서버 사이가 무선이라면 통신 품질도 따로 점검해야 합니다. 공장 무선의 특성은 공장에서 와이파이가 자꾸 끊기는 진짜 이유에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