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랩

제조 현장의 기술과 자동화를 기록합니다

전체 글 29

만들어놓은 자동화가 6개월 뒤 안 쓰이는 이유

만들 때는 다들 좋아합니다. 매일 한 시간씩 걸리던 일이 몇 분으로 줄었으니까요.그런데 6개월 뒤에 가보면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파일은 그대로 있고, 담당자도 그대로인데, 다시 손으로 하고 있습니다.물어보면 대개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그냥 손으로 하는 게 빠르더라고요."이 말은 결론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그 앞에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습니다.폐기는 사건이 아니라 과정입니다어느 날 갑자기 "이거 안 쓰기로 합시다"라고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동화는 조용히, 단계적으로 버려집니다.1단계. 예외가 생긴다자동화는 정해진 형태의 입력을 전제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형태에 맞지 않는 건이 들어옵니다.거래처가 양식을 바꿔서 보냈거나, 급한 건이라 절차를 건너뛰었거나, 신규 품목이라 코드..

엑셀로 버틸 수 있는 한계선 - 넘어갈 시점을 아는 법

중소 제조업체 대부분이 엑셀로 생산 현황을 관리합니다. 그리고 시스템을 파는 쪽에서는 대개 이렇게 말합니다. "엑셀은 한계가 있습니다."맞는 말이지만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닙니다. 한계가 있다는 건 다들 압니다. 문제는 그 한계가 지금 왔는지 아직 안 왔는지를 모른다는 것입니다.이 글은 그 선을 긋습니다.먼저, 엑셀은 좋은 도구입니다제조 현장에서 엑셀이 살아남은 이유가 있습니다.새 요구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열을 하나 추가하면 됩니다. 시스템은 개발 요청서를 써야 합니다교육이 필요 없습니다. 이미 다 씁니다비용이 0원입니다회사의 실제 업무 방식을 그대로 담을 수 있습니다시스템을 넣었다가 결국 엑셀로 돌아오는 회사가 적지 않은데, 대개 이 네 가지 때문입니다. 엑셀이 나빠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엑셀이..

제조 현장에서 자동화하면 안 되는 업무 4가지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까"를 다룬 글은 이미 충분히 많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반복성이 높고, 규칙이 명확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오류가 잦은 업무를 먼저 하라는 것입니다.맞는 기준입니다. 그런데 제조 현장에서는 이 기준을 전부 통과한 업무를 자동화했는데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매일 반복되고, 규칙도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업무였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쓰지 않게 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기준이 틀린 것이 아니라 기준이 하나 부족한 것입니다.이 글은 그 부족한 기준, 즉 자동화하지 말아야 할 조건을 다룹니다.후보 선정 기준과 실패 조건은 다르다흔히 쓰이는 기준은 "이 업무가 자동화할 만한가"를 봅니다. 후보를 고르는 기준입니다.여기서 다루는 것은 다릅니다. 후보로 뽑힌 뒤..

생산계획이 매번 틀어지는 이유와 APS

월요일에 세운 생산계획이 수요일이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긴급 오더가 들어오고, 설비가 멈추고, 자재가 늦게 도착합니다. 결국 반장이 자기 판단으로 순서를 바꾸고, 계획서는 서랍에 들어갑니다.이런 상황에서 흔히 나오는 진단은 "계획을 더 자주 세우자" 또는 "계획 담당자를 늘리자"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문제는 대개 계획을 세우는 방식 자체에 있습니다.1. ERP의 생산계획이 자주 틀어지는 이유많은 회사가 ERP의 자재소요계획(MRP) 기능으로 생산계획을 뽑습니다. 그런데 MRP는 기본적으로 능력이 무한하다고 가정합니다.무슨 뜻이냐면, "이 제품을 만들려면 언제까지 자재가 필요하다"는 역산은 정확하게 해주지만, "그 시점에 그 설비가 비어 있는가"는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그래서 이런 계획이 나옵니다...

스마트공장 구축, 단계마다 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

스마트공장 구축을 단계로 설명하는 자료는 많습니다. 대부분 "무엇을 하는 단계인가"를 설명합니다.이 글은 다르게 접근합니다. 각 단계에서 무엇을 정하고 넘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정하지 않은 채 다음으로 넘어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정리했습니다.제가 본 실패의 상당수는 단계를 건너뛰어서가 아니라, 결정하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생겼습니다. 결정되지 않은 것은 사라지지 않고 뒤에서 비용으로 돌아옵니다.1단계. 현상 파악과 목표 설정이 단계에서 하는 일지금 무엇이 문제인지, 그 문제가 얼마짜리인지 확인합니다. 시스템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습니다.반드시 정하고 넘어갈 것해결하려는 문제 한 문장: "생산성 향상"은 문제가 아닙니다. "금형 교체 시간이 길어 소량 주문을 못 받는다"가 문제입니다그 문제..

OEE 숫자를 믿을 수 있는가 - 부하시간 정의가 바꾸는 것

"우리 설비 가동률은 90% 넘습니다."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회사에서 월말 생산 실적은 목표에 못 미칩니다. 설비는 거의 쉬지 않았다는데 물건은 계획대로 안 나옵니다.이 간극을 설명하는 지표가 OEE입니다. 그리고 OEE는 가동률과 다른 개념입니다.다만 이 글의 목적은 OEE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건 검색하면 나옵니다. 이 글에서 말씀드리려는 것은 계산된 OEE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입니다.1. 가동률과 OEE는 무엇이 다른가가동률은 시간만 봅니다. 설비가 멈추지 않았으면 높게 나옵니다.그런데 설비가 돌고 있어도 손실은 발생합니다. 원래 30초에 하나 나와야 하는데 35초 걸리고 있을 수 있고, 나온 제품 중 일부는 불량일 수 있습니다. 가동률은 이 두 가지를 잡지..

우리 공장, 스마트공장이 실제로 돌고 있나 - 20문항 셀프 체크리스트

스마트공장 수준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수준확인제도라고 하고, 제3자 확인기관이 기업의 스마트화 수준을 심사해 확인서를 발급합니다. 기초, 중간1, 중간2, 고도화로 나뉩니다.그런데 이 제도는 신청과 심사가 필요합니다. 그 전에, 지금 자리에서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이 글의 체크리스트는 등급을 매기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것을 봅니다.이 체크리스트가 보는 것공식 제도는 무엇을 갖추고 있는가를 봅니다. MES가 있는지, 설비가 연결되어 있는지, 자동화가 어디까지 되어 있는지.이 체크리스트는 그것이 실제로 돌고 있는가를 봅니다.MES를 도입했어도 실적을 하루 뒤에 수기로 입력하고 있다면, 보유는 했지만 작동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대시보드가 있어도 아무도 열지 않는다면 마찬가..

스마트공장 도입이 실패하는 5가지 구조적 이유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시스템은 넣었는데,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이 말이 나오면 대개 솔루션 탓을 하게 됩니다. 제품이 부실했다거나, 공급업체가 성의가 없었다거나.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본 실패는 대부분 특정 제품이나 특정 담당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형태의 실패가 회사를 바꿔가며 반복됐습니다.반복된다는 건 구조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 구조 다섯 가지를 정리했습니다.1. 목표가 '선정'이면, 끝은 '감리'가 된다어떻게 나타나는가사업계획서에는 목표가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불량률 몇 % 감소, 생산성 몇 % 향상. 그런데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물어보면 답이 잘 안 나옵니다. 현재 값을 모르는 상태에서 목표 값만 적힌 경우도 ..

MES 먼저냐 ERP 먼저냐 - 현장에서 쓰는 판단 기준

"MES와 ERP의 차이"를 검색하면 답은 금방 나옵니다. ERP는 회사 전체를 보는 시스템, MES는 공장 현장을 보는 시스템. 틀린 설명이 아닙니다.그런데 그다음이 없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실제로 받는 질문은 "차이가 뭐냐"가 아니라 "그래서 우리는 뭘 먼저 해야 하느냐"입니다. 검색 결과 상위에 올라오는 글의 상당수가 솔루션을 파는 회사에서 쓴 것이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합니다.1. 정의는 짧게 짚고 넘어갑니다세 가지만 구분하면 충분합니다.구분ERPMES관리 대상자원 (돈, 사람, 재고, 주문)공정 (작업, 설비, 품질)시간 단위월·주·일 (마감 단위)초·분 (실시간)데이터 방향계획을 내려보냄실적을 올려보냄주 사용자사무실 (경영, 영업, 구매, 회계)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