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랩

제조 현장의 기술과 자동화를 기록합니다

전체 글 29

백업은 돌고 있는데, 왜 복구는 안 되는가?

서버 백업을 하고 계시냐고 물으면 대부분 "돌고 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실제로 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질문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이 백업되고 있는지, 그것으로 업무가 어디까지 되살아나는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실제로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경영 정보 대부분을 NAS에 두고 쓰던 고객사가 랜섬웨어에 감염됐습니다. 데이터 복구를 시도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실패했고, 되살리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백업이 있다는 말과 복구가 된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이 글은 복구 리허설을 돌릴 여건이 안 되는 회사에서, 그래도 미리 확인해둘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한 글입니다."복구가 끝났다"를 어디에 두고 계십니까복구의 완료선은 회사마다 ..

직장인 IT 2026.09.22

엑셀의 한계는 엑셀에 있지 않습니다

"엑셀 한계"를 검색하면 답이 하나로 모입니다. 갈아타라는 것입니다. 불일치가 생기고, 파일이 갈라지고, 추적이 안 되니 시스템을 넣으라고 합니다.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글들을 쓰는 쪽이 대부분 시스템을 파는 회사입니다. 그러니 "아직 안 넘어가도 되는 경우"는 거기서 다뤄지지 않습니다.넘어갈 시점을 판단하는 기준은 엑셀로 버틸 수 있는 한계선에서 다뤘습니다. 이 글은 반대편을 봅니다. 아직 넘어갈 때가 아닌 회사가 그동안 무엇을 하면 되는지, 그리고 진짜 한계선이 어디에 있는지입니다.엑셀에서 잡히는 것과 아닌 것엑셀로 관리하는 회사가 겪는 문제를 열 가지로 놓고 나눠보면 성격이 확실히 갈립니다.왼쪽 다섯은 기록 규칙의 문제입니다. 엑셀이 못 해서가 아니라 규칙을 안 정해서 생깁니다. 오른쪽 다섯..

자동화를 만든 사람이 퇴사하면 생기는 일

얼마 전, 퇴사하면서 자기가 만든 자동화 엑셀을 지운 일이 화제가 됐습니다. 회사는 업무방해를 주장했고, 온라인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누가 옳은지는 법이 판단할 문제이고,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다만 그 논쟁에 가려진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회사는 왜 한 사람이 파일 하나를 지우는 것으로 업무가 멈추는 상태가 됐을까.이 글은 그 질문을 다룹니다. 자동화를 만든 사람이 회사를 떠날 때 무엇이 무너지는지, 그리고 만드는 시점에 무엇을 정해두면 그 일이 안 생기는지를 정리합니다.진짜 문제는 삭제가 아니다삭제는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훨씬 흔한 건 아무것도 지우지 않고 그냥 나가는 경우입니다. 파일은 그대로 있고, 인수인계도 했고, 후임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에 가보면 그 자동화는..

사내 문서를 AI에 넣기 전에 확인할 것

회의록을 요약하고, 사양서를 정리하고, 견적서를 비교하는 데 AI를 쓰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그런데 제조업에서는 짚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문서 중 상당수가 우리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고객사에서 받은 도면, 사양서, 발주 조건. 직원과 협력사의 개인정보. 이 문서들은 우리 회사가 편의대로 처리할 권한이 없습니다.이 글은 성능 이야기가 아니라 책임 이야기입니다.먼저 밝혀둘 것이 있습니다. 저는 변호사가 아니며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계약과 법령 적용은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위험의 성격이 다릅니다AI에 문서를 넣을 때 생기는 위험은 두 종류입니다. 그리고 무게가 다릅니다.구분우리 정보남의 정보예사내 노하우, 공정 조건, 원가고객사 도면..

제조 현장에서 AI가 되는 일과 안 되는 일

제조업 AI에 관한 자료를 보면 못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량을 잡고, 고장을 예측하고, 수요를 맞히고, 공정을 최적화합니다.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 성과가 나는 영역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그리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사이에는 꽤 분명한 선이 있습니다.이 글은 그 선이 어디인지를 정리합니다.선을 긋는 기준: 인식인가 예측인가기준은 하나입니다. 정답이 이미 존재하는가.구분인식예측하는 일지금 이것이 무엇인지 판별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추정정답의 위치과거에 있다 (사람이 이미 판단해왔다)미래에 있다학습 데이터모으면 만들 수 있다사건이 일어나야 생긴다검증바로 맞았는지 알 수 있다시간이 지나야 안다이 차이가 실제 성패를 가릅니다. 인식은 사람이 이미 하고 있던 일을 옮기는 것이고, 예측은 아무도 확실..

도면 파일이 엉키는 이유 - 파일명과 버전 규칙

공유 폴더를 열면 이런 파일들이 있습니다.브라켓_최종.dwg, 브라켓_최종_수정.dwg, 브라켓_최종_진짜최종.dwg, 브라켓_수정본(김대리).dwg어느 것이 현재 유효한 도면인지 파일명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누군가 잘못된 도면으로 가공을 시작하면, 그때는 파일 정리 문제가 아니라 불량과 납기 문제가 됩니다.도면 관리 시스템(PDM)을 도입하면 해결되지만, 그건 예산과 시간이 드는 일입니다. 이 글은 시스템 없이 규칙만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다룹니다.왜 엉키는가담당자가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1. 수정본을 만들 때 원본을 남겨야 한다도면은 되돌아갈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덮어쓰지 않고 복사본을 만듭니다. 안전한 습관이지만, 규칙이 없으면 복사본이 무한히 ..

직장인 IT 2026.09.13

설비를 연결한다는 것 - 데이터를 가져오는 네 가지 방법

"설비를 연결한다"는 말이 스마트공장 이야기에서 늘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연결한다는 것인지 설명하는 자료는 드뭅니다.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설비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알아내는 것입니다. 가동 중인지, 몇 개를 만들었는지, 언제 멈췄는지를요.그리고 그 방법은 설비마다 다릅니다. 견적을 받아보면 어떤 설비는 몇십만 원이고 어떤 설비는 몇백만 원인데,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알아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연결 방식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1. 제어기에서 직접 가져오기설비를 제어하는 장치(PLC 등)에는 이미 필요한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지금 어떤 동작 중인지, 카운터가 몇인지, 알람이 떴는지.여기에 통신으로 접근해 값을 읽어오는 방식입니다. 가장 정확하고 ..

네트워크가 끊긴 동안, 현장 단말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현장 단말을 고를 때 대부분 화면 구성과 스캔 속도를 봅니다. 시연도 통신이 정상인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것은 통신이 정상일 때의 동작이 아니라 끊겼을 때의 동작이고, 이 부분은 제안서에도 잘 적히지 않습니다.앞서 공장에서 와이파이가 자꾸 끊기는 진짜 이유의 마지막에서, 끊길 것을 전제로 설계하라는 이야기를 한 줄로 짚고 넘어갔습니다. 이 글은 그 한 줄을 펼칩니다. 네트워크가 끊긴 몇 분 혹은 몇 시간 동안 단말이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도입 전에 무엇을 확인해두면 나중에 곤란해지지 않는지를 정리합니다. 단말 자체를 고르는 기준은 현장 입력 단말, 무엇으로 고를까?에서 다뤘습니다.무엇이 죽는지부터 나눈다"통신이 끊기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한 번에 물으면 "저장됩니다"..

직장인 IT 2026.09.11

현장 입력 단말, 무엇으로 고를까?

현장에서 실적을 입력하기로 정했습니다. 그다음 질문이 나옵니다. 무엇으로 입력하게 할 것인가.태블릿, 산업용 PC, 고정형 키오스크, 스마트폰, 바코드 스캐너. 선택지는 많고, 견적서에는 방진 등급과 CPU 사양이 적혀 있습니다.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선택은 스펙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사양이 좋은 장비를 골랐는데 몇 달 만에 안 쓰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결정하는 것은 사용 조건입니다.먼저 확인할 다섯 가지 조건1. 손 상태작업자가 어떤 상태의 손으로 화면을 만지는지가 첫 번째 조건입니다.장갑: 일반 정전식 터치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장갑 모드를 지원하는 장비가 필요합니다기름·절삭유: 화면이 미끄럽고 오작동이 납니다. 손을 닦고 만지라고 하면 아무도 안 씁니다양손 작업 중: 손이 비어 있지 않다면 터..

직장인 IT 2026.09.10

공장에서 와이파이가 자꾸 끊기는 진짜 이유

현장에 태블릿을 깔았는데 실적 입력이 자꾸 끊깁니다. 창고에서는 바코드 스캐너가 먹통이 되고, 지게차가 지나가면 신호가 사라집니다."와이파이 끊김"으로 검색하면 해결책이 많이 나옵니다. 공유기 위치를 옮겨라, 채널을 바꿔라, 재부팅해라, 연결 기기 수를 줄여라.전부 집이나 사무실 기준의 조언입니다. 공장에서는 대부분 통하지 않습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이 글은 공장이 무엇이 다른지,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공장이 다른 다섯 가지1. 사방이 금속입니다설비, 배관, 적재 랙, 파티션, 심지어 제품 자체까지 금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파는 금속에 반사됩니다.반사는 두 가지 문제를 만듭니다. 우선 금속 뒤쪽에 그림자 구역이 생깁니다. 그리고 반사된 신호가 여러 경로로 도착하면서 서로 간섭..

직장인 IT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