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사하면서 자기가 만든 자동화 엑셀을 지운 일이 화제가 됐습니다. 회사는 업무방해를 주장했고, 온라인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누가 옳은지는 법이 판단할 문제이고,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논쟁에 가려진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회사는 왜 한 사람이 파일 하나를 지우는 것으로 업무가 멈추는 상태가 됐을까.
이 글은 그 질문을 다룹니다. 자동화를 만든 사람이 회사를 떠날 때 무엇이 무너지는지, 그리고 만드는 시점에 무엇을 정해두면 그 일이 안 생기는지를 정리합니다.
진짜 문제는 삭제가 아니다
삭제는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훨씬 흔한 건 아무것도 지우지 않고 그냥 나가는 경우입니다. 파일은 그대로 있고, 인수인계도 했고, 후임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에 가보면 그 자동화는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쪽이 더 나쁩니다. 삭제는 즉시 드러나기라도 합니다. 조용히 멈춘 자동화는 아무도 문제로 인식하지 않은 채 몇 달, 몇 년이 갑니다. 그동안 사람이 손으로 하고 있고, 그게 원래 그런 일인 줄 알게 됩니다.
무너지는 방식은 크게 둘입니다. 성격이 다르니 대책도 다릅니다.

손이 닿지 않는다
첫 번째는 물건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어이없어 보이지만 가장 자주 일어납니다.
파일이 그 사람 PC에만 있습니다. 공용 폴더에 올린 적이 없습니다. 개인이 자기 편하려고 만든 것이라 그럴 이유도 없었습니다. PC를 회수해도 어느 폴더에 무슨 이름으로 있는지 찾는 데 한참 걸리고, 이미 포맷된 뒤일 때도 있습니다.
계정과 비밀번호가 개인 것입니다. 자동화가 메일함을 읽거나, 웹사이트에 로그인하거나, 외부 서비스를 쓰고 있었다면 그 연결은 대개 만든 사람의 계정에 걸려 있습니다. 퇴사와 함께 그 계정이 정리되면 자동화도 같이 멈춥니다. 파일은 멀쩡한데 돌지 않습니다.
이 둘은 규칙 하나로 막을 수 있습니다. 업무에 쓰는 자동화는 공용 위치에 두고, 외부 연결은 회사 계정으로 만든다. 이걸 정해두는 데 드는 시간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정해두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손은 닿는데 돌릴 수가 없다
두 번째가 어렵습니다. 파일도 있고 계정도 멀쩡한데 아무도 돌리지 못합니다.
실행 방법을 모릅니다. 자동화는 대개 전제 조건 위에서 돕니다. 원본 파일이 특정 폴더에 특정 이름으로 있어야 하고, 실행 전에 뭘 먼저 해야 하고, 끝나면 결과를 어디로 옮겨야 합니다. 이 순서가 만든 사람 머릿속에만 있었습니다. 본인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적을 생각을 못 한 것들입니다.
손으로 하던 보정 단계가 있었습니다. 완전 자동인 경우는 드뭅니다. 어딘가에 사람이 개입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특정 거래처 건은 따로 빼서 처리했다거나, 결과가 이상하면 눈으로 보고 고쳤다거나. 이건 자동화의 일부가 아니라고 여겨져서 인수인계 문서에 안 적힙니다. 그런데 이게 빠지면 결과가 조용히 틀어집니다. 돌긴 도는데 숫자가 맞지 않는 상태가 가장 위험합니다.
오류가 났을 때 볼 곳을 모릅니다. 평소에는 잘 돌다가 어느 날 멈춥니다. 후임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처리된 것인지, 다시 돌려도 되는지를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나오는 결론은 대개 하나입니다. 손으로 하는 게 낫겠다.
이쪽은 규칙만으로는 안 됩니다. 만드는 시점에 같이 남겨야 합니다. 나중에 적으라고 하면, 그때는 적을 사람이 이미 없습니다.
왜 이게 반복되는가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개인이 알아서 만든 자동화는 회사 자산으로 등록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발주해서 만든 시스템이라면 산출물 목록이 있고, 검수가 있고, 매뉴얼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자기 일을 줄이려고 만든 것에는 그런 절차가 없습니다. 회사는 결과만 봅니다. 그 사람이 일을 빨리 한다는 것만 알고, 무엇으로 빨리 하는지는 모릅니다.
만든 사람 쪽에서도 굳이 알릴 이유가 없습니다. 알려봐야 업무가 늘 뿐이고, 문서를 만드는 건 순수한 추가 노동입니다. 그래서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채 몇 년씩 돌아갑니다. 그러다 사람이 나가면 그때 처음 드러납니다.
덧붙이면, 사람이 나가지 않아도 자동화는 버려집니다. 그건 원인이 다릅니다. 만들어놓은 자동화가 6개월 뒤 안 쓰이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만들 때 정해두면 되는 것
다섯 가지입니다. 전부 만드는 시점에는 몇 분이면 되고, 나중에는 불가능해지는 것들입니다. 외부에 자동화를 맡기는 경우라면 이 항목들을 요구사항 문서에 함께 넣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 정할 것 | 기준 | 안 정하면 |
|---|---|---|
| 저장 위치 | 개인 PC가 아닌 공용 위치에 둔다 | 퇴사와 함께 사라진다 |
| 계정 소유 | 외부 연결은 회사 계정으로 만든다 | 잠기면 열 사람이 없다 |
| 실행 방법 | 파일과 같은 위치에 한 장으로 둔다 | 물어볼 사람이 없어진다 |
| 사람이 하는 구간 | 자동화되지 않은 단계를 명시한다 | 결과가 조용히 틀어진다 |
| 오류 대응 | 무엇을 보고 어떻게 되돌리는지 적는다 | 손으로 되돌아간다 |
여기서 세 번째와 네 번째가 실제로 갈리는 지점입니다. 앞의 둘은 규칙이라 시키면 되지만, 이 둘은 만든 사람만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화를 장려하는 회사라면 문서 한 장을 만드는 시간까지 업무로 인정해주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개인이 그걸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그런 자동화가 있다면
대부분의 회사에는 이미 그런 것들이 여러 개 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규칙만 정하면 지금 있는 것은 그대로 남습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전부 문서화하겠다고 시작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접근 문제부터 정리하면 절반은 하루 만에 해결됩니다. 개인 PC와 개인 계정에 걸린 것만 옮겨도 그렇습니다.
그다음이 핵심입니다. 만든 사람 없이 한 번 돌려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점검입니다.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직접 실행해 보는 것입니다. 인수인계 문서를 받아두는 것과 실제로 돌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이걸 구분하는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막히는 지점이 나오면 그 부분만 적으면 됩니다.
정리
자동화를 만든 사람이 나갈 때 무너지는 이유는 그 사람이 뭘 가져가서가 아닙니다. 애초에 회사에 남겨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파일이 공용 위치에 있는가, 계정이 회사 것인가, 실행 방법과 사람이 하는 구간이 적혀 있는가. 이 네 가지를 만드는 시점에 확인하면 대부분 예방됩니다. 이미 돌고 있는 것들은 남에게 한 번 돌려보게 하는 것으로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자동화는 잘 돌고 있는데 회사가 존재를 모르는 것입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 신호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파일을 만든 사람만 고칠 수 있는 상태가 오래 이어진다면, 도구를 바꿀 시점인지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판단 기준은 엑셀로 버틸 수 있는 한계선에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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