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랩

제조 현장의 기술과 자동화를 기록합니다

제조업 25

제조 현장에서 AI가 되는 일과 안 되는 일

제조업 AI에 관한 자료를 보면 못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량을 잡고, 고장을 예측하고, 수요를 맞히고, 공정을 최적화합니다.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 성과가 나는 영역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그리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사이에는 꽤 분명한 선이 있습니다.이 글은 그 선이 어디인지를 정리합니다.선을 긋는 기준: 인식인가 예측인가기준은 하나입니다. 정답이 이미 존재하는가.구분인식예측하는 일지금 이것이 무엇인지 판별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추정정답의 위치과거에 있다 (사람이 이미 판단해왔다)미래에 있다학습 데이터모으면 만들 수 있다사건이 일어나야 생긴다검증바로 맞았는지 알 수 있다시간이 지나야 안다이 차이가 실제 성패를 가릅니다. 인식은 사람이 이미 하고 있던 일을 옮기는 것이고, 예측은 아무도 확실..

도면 파일이 엉키는 이유 - 파일명과 버전 규칙

공유 폴더를 열면 이런 파일들이 있습니다.브라켓_최종.dwg, 브라켓_최종_수정.dwg, 브라켓_최종_진짜최종.dwg, 브라켓_수정본(김대리).dwg어느 것이 현재 유효한 도면인지 파일명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누군가 잘못된 도면으로 가공을 시작하면, 그때는 파일 정리 문제가 아니라 불량과 납기 문제가 됩니다.도면 관리 시스템(PDM)을 도입하면 해결되지만, 그건 예산과 시간이 드는 일입니다. 이 글은 시스템 없이 규칙만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다룹니다.왜 엉키는가담당자가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1. 수정본을 만들 때 원본을 남겨야 한다도면은 되돌아갈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덮어쓰지 않고 복사본을 만듭니다. 안전한 습관이지만, 규칙이 없으면 복사본이 무한히 ..

직장인 IT 2026.09.13

설비를 연결한다는 것 - 데이터를 가져오는 네 가지 방법

"설비를 연결한다"는 말이 스마트공장 이야기에서 늘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연결한다는 것인지 설명하는 자료는 드뭅니다.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설비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알아내는 것입니다. 가동 중인지, 몇 개를 만들었는지, 언제 멈췄는지를요.그리고 그 방법은 설비마다 다릅니다. 견적을 받아보면 어떤 설비는 몇십만 원이고 어떤 설비는 몇백만 원인데,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알아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연결 방식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1. 제어기에서 직접 가져오기설비를 제어하는 장치(PLC 등)에는 이미 필요한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지금 어떤 동작 중인지, 카운터가 몇인지, 알람이 떴는지.여기에 통신으로 접근해 값을 읽어오는 방식입니다. 가장 정확하고 ..

네트워크가 끊긴 동안, 현장 단말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현장 단말을 고를 때 대부분 화면 구성과 스캔 속도를 봅니다. 시연도 통신이 정상인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것은 통신이 정상일 때의 동작이 아니라 끊겼을 때의 동작이고, 이 부분은 제안서에도 잘 적히지 않습니다.앞서 공장에서 와이파이가 자꾸 끊기는 진짜 이유의 마지막에서, 끊길 것을 전제로 설계하라는 이야기를 한 줄로 짚고 넘어갔습니다. 이 글은 그 한 줄을 펼칩니다. 네트워크가 끊긴 몇 분 혹은 몇 시간 동안 단말이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도입 전에 무엇을 확인해두면 나중에 곤란해지지 않는지를 정리합니다. 단말 자체를 고르는 기준은 현장 입력 단말, 무엇으로 고를까?에서 다뤘습니다.무엇이 죽는지부터 나눈다"통신이 끊기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한 번에 물으면 "저장됩니다"..

직장인 IT 2026.09.11

현장 입력 단말, 무엇으로 고를까?

현장에서 실적을 입력하기로 정했습니다. 그다음 질문이 나옵니다. 무엇으로 입력하게 할 것인가.태블릿, 산업용 PC, 고정형 키오스크, 스마트폰, 바코드 스캐너. 선택지는 많고, 견적서에는 방진 등급과 CPU 사양이 적혀 있습니다.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선택은 스펙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사양이 좋은 장비를 골랐는데 몇 달 만에 안 쓰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결정하는 것은 사용 조건입니다.먼저 확인할 다섯 가지 조건1. 손 상태작업자가 어떤 상태의 손으로 화면을 만지는지가 첫 번째 조건입니다.장갑: 일반 정전식 터치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장갑 모드를 지원하는 장비가 필요합니다기름·절삭유: 화면이 미끄럽고 오작동이 납니다. 손을 닦고 만지라고 하면 아무도 안 씁니다양손 작업 중: 손이 비어 있지 않다면 터..

직장인 IT 2026.09.10

공장에서 와이파이가 자꾸 끊기는 진짜 이유

현장에 태블릿을 깔았는데 실적 입력이 자꾸 끊깁니다. 창고에서는 바코드 스캐너가 먹통이 되고, 지게차가 지나가면 신호가 사라집니다."와이파이 끊김"으로 검색하면 해결책이 많이 나옵니다. 공유기 위치를 옮겨라, 채널을 바꿔라, 재부팅해라, 연결 기기 수를 줄여라.전부 집이나 사무실 기준의 조언입니다. 공장에서는 대부분 통하지 않습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이 글은 공장이 무엇이 다른지,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공장이 다른 다섯 가지1. 사방이 금속입니다설비, 배관, 적재 랙, 파티션, 심지어 제품 자체까지 금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파는 금속에 반사됩니다.반사는 두 가지 문제를 만듭니다. 우선 금속 뒤쪽에 그림자 구역이 생깁니다. 그리고 반사된 신호가 여러 경로로 도착하면서 서로 간섭..

직장인 IT 2026.09.08

만들어놓은 자동화가 6개월 뒤 안 쓰이는 이유

만들 때는 다들 좋아합니다. 매일 한 시간씩 걸리던 일이 몇 분으로 줄었으니까요.그런데 6개월 뒤에 가보면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파일은 그대로 있고, 담당자도 그대로인데, 다시 손으로 하고 있습니다.물어보면 대개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그냥 손으로 하는 게 빠르더라고요."이 말은 결론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그 앞에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습니다.폐기는 사건이 아니라 과정입니다어느 날 갑자기 "이거 안 쓰기로 합시다"라고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동화는 조용히, 단계적으로 버려집니다.1단계. 예외가 생긴다자동화는 정해진 형태의 입력을 전제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형태에 맞지 않는 건이 들어옵니다.거래처가 양식을 바꿔서 보냈거나, 급한 건이라 절차를 건너뛰었거나, 신규 품목이라 코드..

엑셀로 버틸 수 있는 한계선 - 넘어갈 시점을 아는 법

중소 제조업체 대부분이 엑셀로 생산 현황을 관리합니다. 그리고 시스템을 파는 쪽에서는 대개 이렇게 말합니다. "엑셀은 한계가 있습니다."맞는 말이지만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닙니다. 한계가 있다는 건 다들 압니다. 문제는 그 한계가 지금 왔는지 아직 안 왔는지를 모른다는 것입니다.이 글은 그 선을 긋습니다.먼저, 엑셀은 좋은 도구입니다제조 현장에서 엑셀이 살아남은 이유가 있습니다.새 요구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열을 하나 추가하면 됩니다. 시스템은 개발 요청서를 써야 합니다교육이 필요 없습니다. 이미 다 씁니다비용이 0원입니다회사의 실제 업무 방식을 그대로 담을 수 있습니다시스템을 넣었다가 결국 엑셀로 돌아오는 회사가 적지 않은데, 대개 이 네 가지 때문입니다. 엑셀이 나빠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엑셀이..

제조 현장에서 자동화하면 안 되는 업무 4가지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까"를 다룬 글은 이미 충분히 많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반복성이 높고, 규칙이 명확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오류가 잦은 업무를 먼저 하라는 것입니다.맞는 기준입니다. 그런데 제조 현장에서는 이 기준을 전부 통과한 업무를 자동화했는데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매일 반복되고, 규칙도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업무였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쓰지 않게 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기준이 틀린 것이 아니라 기준이 하나 부족한 것입니다.이 글은 그 부족한 기준, 즉 자동화하지 말아야 할 조건을 다룹니다.후보 선정 기준과 실패 조건은 다르다흔히 쓰이는 기준은 "이 업무가 자동화할 만한가"를 봅니다. 후보를 고르는 기준입니다.여기서 다루는 것은 다릅니다. 후보로 뽑힌 뒤..

생산계획이 매번 틀어지는 이유와 APS

월요일에 세운 생산계획이 수요일이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긴급 오더가 들어오고, 설비가 멈추고, 자재가 늦게 도착합니다. 결국 반장이 자기 판단으로 순서를 바꾸고, 계획서는 서랍에 들어갑니다.이런 상황에서 흔히 나오는 진단은 "계획을 더 자주 세우자" 또는 "계획 담당자를 늘리자"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문제는 대개 계획을 세우는 방식 자체에 있습니다.1. ERP의 생산계획이 자주 틀어지는 이유많은 회사가 ERP의 자재소요계획(MRP) 기능으로 생산계획을 뽑습니다. 그런데 MRP는 기본적으로 능력이 무한하다고 가정합니다.무슨 뜻이냐면, "이 제품을 만들려면 언제까지 자재가 필요하다"는 역산은 정확하게 해주지만, "그 시점에 그 설비가 비어 있는가"는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그래서 이런 계획이 나옵니다...